다른 그림과의 이야기

감탄으로 표현한 그림

새록새록 한글과우리그림 2008. 12. 30. 20:20

    감탄으로 표현한 그림

 

 

  http://art.misulban.com/berryjem/5816  

최근 들어서 화실이 북적거린다.

화첩전이 거의 매주 열리고 개인전이나 단체전 준비 때문에 많은 회원들이 화실을 찾는다.

하지만 회원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거나 교제를 할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다들 생활과 그림그리기에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우연하게 밥이라도 같이 먹게 되면 늘 알고 지내던 회원들도 새롭게 보인다.

 

예전에는 눈인사만 하고 말았던 작가는 말이 없을 거라 생각 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작가는 풍성한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난 그림보다는 작가의 감탄에 놀라곤 했다.

어찌 보면 작고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렇게 흥분할 수 있는 그 감정은 내가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오재순 /  단감 / 36*24.5 / 수채 / 2007

 

작가가 그리는 작품의 소재는 특별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가정생활을 하는 주부라면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마늘과 양파와 콩과 취나물 그리고 과일 따위였다.

이런 것들이 미술작품의 소재가 되어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는 사실은 예술의 본성과 아주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특별한 정서와 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부족한 것도 아니다.

자연스런 정서와 편안한 미감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시골집 마당에 한 두 그루쯤 심겨 있던 감나무처럼 작가의 그림은 그저 편안하고 친근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내가 편안하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과 정반대로 작가는 풍성한 감탄사와 몸짓으로 소재를 받아드리고 표현했을 것이다.

혹시 내가 이런 감동과 표현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내가 그림을 처음 그렸을 때, 별거 아닌 대상을 그려놓고 한 동안 넋 나간 사람처럼 알 수 없는 감동에 빠져 있었던 기억이 오롯이 살아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작가는 소쿠리에 있는 주황색 감 그림처럼 내 마음을 붉게 물들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