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 ||
책거리 그림은 민화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다른 민화 장르보다 한 화면에 꽉 찬 소재들은 그리는 사람들에게 시작하기도 전에 기겁하게 만든다. 그런 그림을 그녀가 선택을 했다. 왜 책거리를 그리게 되었는지 궁금해 묻게 되었다. 그녀의 대답은 다른 사람들이 아직 그리지 않고 있어서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기초과정을 끝내고 고급과정으로 올라가면 소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은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 그림 소재 면에서 경쟁하는 이가 없기 때문에 일단 사람들에게 시선이 집중 하게 한다. 책거리 표현 형식은 서가로 구획된 화면에 소재들이 좌우대칭을 이루며 정확히 균형을 이룬것과 자유로운 배치구도를 취한 것이 있다.
이 그림은 복잡하게 책과 물건 따위를 채우지 않고 각각 낱개로 표현한 책거리이다. 구도는 단순하고 물건들도 서로 겹치지 않는다. 평면적인 화면에 물체는 서로 엉겨 붙지 않아 독립된 공간을 차지한다. 중심이 되는 물체도, 따라가는 물체도 없다. 모두가 주인인 셈이다. 서양 그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구도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순수한 그림을 보는 듯하다. 아이들은 사물을 독립적으로 그린다. 나무와 집과 사람을 겹쳐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공간이나 입체감은 없다. 아이들이 인식하는 사물은 자신과 동격을 이룬다. 사물과 사물의 차이나 관계를 설정하지 않는다. 세계는 평평하고 아이는 그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림이 내가 되고 내가 그림이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느끼게 한다. 성경에 ‘어린 아이의 마음을 가져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림도 아이들의 마음처럼 순수하고 물체나 세상과 온몸으로 통해야 하지 않을까. 평소 작가는 말이 없고 행동도 조용조용하다. 하지만 작가를 둘러싼 세상은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관계의 겹침과 복선으로 꽉 차 있을 것 이다. 그림을 통해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엿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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