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이야기

텔미

새록새록 한글과우리그림 2008. 12. 30. 20:36

        텔미

 

신현경 작가의 문자도가 특히 내게 반가운 것은 그 속에 있는 작품들이 누구보다도 눈에 익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문자들은 훈민정음 예의본, 해례본, 언해본부터 시작해 소악언해,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 고등학교를 거쳐 간 일반인이라면 걔 중에 하나쯤은 배워 보았을 작품이지만, 전공과 업으로 삼은 내게는 남보다 깊게 배웠고 관심 있게 보아왔기에 남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신현경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한글 문자도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문자 자체가 지닌 의미를 어떻게 조율해 감상해야 할지가 내겐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신현경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문자가 가진 의미를 어느 정도까지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

구양수나 안진경체의 한자에 익숙한 우리에게 전서체로 이루어진 작가의 ‘수복’ 문자도는 해석을 어렵게 해서 주로 문자가 가진 조형미와 색채미 등 미학적인 요소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글처럼 해석이 되는 문자도는 의미도 한 번 떠올려 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에 곰곰이 그 의미를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형태나 서체의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그 문자도가 지닌 의미 자체의 공간에서 어떻게 선을 긋고 이어야 할지를......

 

신현경 / 원시반본 / 63*63 / 수채 

중독성이 있는 음악에, 디스코가 결합된 복고풍의 텔미는 40대에 들어선 배 나온 내 남편조차 텔미춤을 따라하게 하는 것을 보니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어쨌거나 요즘 원더걸스의 ‘tell me'가 열풍이다. 어린 아이들부터 아줌마 부대까지 휩쓸었으니 어디서나 뒷짐 지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춤을 보는 것은 낯설지 않게 되었다.

텔테렐테렐 텔 미.

뭘 그렇게 말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문자도도 내게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16살의 계집아이가 으쓱거리며 귀엽고 깜찍하게 다가와 텔미라고 하는 것만큼 뇌쇄적이지는 않겠지만, 작가의 손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복고풍으로 단장을 하고는 내게 말하고 있다.

500년도 넘는 세월의 깊이를 뛰어넘어 그 언어가 텔미하고 있는 것이다.

 

 

2007.11. 이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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