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회화의 경계- 한글 문자도
중국 유학시절 어느 관광지에서 상징물을 이용해 한자이름을 써주던 아저씨의 솜씨에 감탄해 빠듯한 형편에 거금을 투자했다. 그리고 서울의 어느 길거리에서 똑같은 방식의 그림을 발견하고 나의 어리석음을 얼마나 탓했는지 모른다. 그후 그와 유사한 그림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신현경 작가는 한글 문자도를 그린다.
한글은 이미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은 물론 실용성과 미학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의 문자이다. 그런 한글로 문자도를 그렸으니 반가운 일이다.
우선 전통 민화의 문자도가 한자의 의미와 관계되는 상징물을 자획에 그려 넣어 마치 하나의 몸처럼 표현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면 신 작가는 한글을 이용한 문자도로 전통 문자도를 현대적 감각에 맞춘 새로운 시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또 한글 문자도는 최근 한글을 디자인화 하는 흐름에 비추어 봐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한자로 그린 문자도의 경우 우리나라뿐 아니라 한자 문화권인 나라들에서 다양하게 그려져 왔기에 우리만의 독특한 영역이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글을 회화화한 민화는 어쩌면 때늦은 감도 있다.
어찌보면 디자인 같아 보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라고 규정하기에는 맞춤하지 않은 듯한 그 느낌. 디자인과 회화의 경게를 넘나들어 민화 영역의 확대는 몰론 더 많은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신현경 / 뿌리깊은 / 53*72.8 / 수채/황토 / 2007
작품 '불휘기픈...'은 말뜻이 우리 가슴에 깊이 다가올 뿐만 아니라 훈민정음의 옛글자로 더욱 고풍스럽고 정겨움이 안겨온다. 늘 뿌리 깊은 나무이기를 바라며 살지만 현실에 쫒기다보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거울처럼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다.
뜻을 음미하면서 그림을 감상하든 아니면 보이는 그대로의 그림을 감상하든 어느 것이든 좋다. 그 둘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상 재미를 더한다.
신현경 작가의 한글 문자도가 깊은 뿌리를 내려 다양한 영역에서 활짝 꽃피길 바래본다.
송정미(2007.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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