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이야기

눈 맛이 좋은 청포도 그림 (청포도 이육사 시), 한글문자도

새록새록 한글과우리그림 2021. 10. 28. 23:42

내가 생소한 '문자도'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우리 '미술시간'에서 민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는, 신현경 작가를 통해서였다.

작가는 민화에 한글을 접목 시키는 '문자도'를 그린다.

처음에는 '화지 위에 글을 쓰는(?) 단순한 작업이겠지...'하면서 그냥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거의 매일 창작실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한글 민화 '문자도'에 빠져 들어갔다.

그림을 몰입해 그리는 그녀, 열정적이다 못해 성실한 작가의 활력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더 신이 날 만큼 내 어깨가 절로 들썩 거렸고 그럴수록 나는 민화의 그림 세계를 더욱 알고 싶어 했다.

가끔 함께 작가와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서 '문자도'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면 내 귀가 마치 들꽃 노루귀처럼 쫑긋거렸다.

이렇게 작업실에서 그림 이야기를 함께 나눌 때면 작가와 나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어느 새 작가의 화폭 속에 그대로 퐁당 빠져 들어,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마냥 이리저리 헤엄치며 놀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작가가 던진, 낚시 바늘(떡밥)에 그만 내개 숭어나 잉어가 되어 낚여 지는데....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게으름을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이렇게 가끔... 작가와 그림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면 내가 정말 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림 그리는 과정 과정을 보는 이런 즐거움도 나에게 만만찮은, 에너지를 제공해 주고 있어 역시 이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

청포도 / 131×92.5cm / 수채 / 2008 / 신현경

작품, 한글민화 '청포도'....

온화한 황토 빛깔의 배경 아래 그려지는, 많은 작품들 중, 이 작품이 나의 마음에 든다.

엊그제 우리 아들 녀석과 함께 방바닥에 드러누워 이 그림을 내내 감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청포도' 그림을 펼치자마자 나는 자동으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하면서 주절주절 거리는데 아들 녀석은 문자도에서 숨은 그림 찾듯 찾아내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오로지 글 읽기에만 빠져 있던 내가 발견하지 못한, 제일 위에 매달린 청포도 한송이도 아들 녀석이 '야, 청포도다!'라고 외치기에 그때서야 매달려 있는 줄 알았다.

이때 좁디 좁은 나의 시야를 깨는 순간이자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안목를 넓히는, 그런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참 후.... 다시 이 그림을 보는데 그림과 문자가 함께 선명히 들어왔다.

그림 감상은 보고 또 보다보면 자연이 즐거움이 눈처럼 쌓이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이 그림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나의 마음속에 열리며... 나에게 시큼한 청포도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들려주고 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어느 새 그 향기... 칠월이 코앞이다.

 

2008. 오재순 작품감상


[출처] 신현경 개인전 2008 -작품감상 (우리그림 도화원) | 작성자 smy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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