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소한 '문자도'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우리 '미술시간'에서 민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는, 신현경 작가를 통해서였다.
작가는 민화에 한글을 접목 시키는 '문자도'를 그린다.
처음에는 '화지 위에 글을 쓰는(?) 단순한 작업이겠지...'하면서 그냥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거의 매일 창작실에서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한글 민화 '문자도'에 빠져 들어갔다.
그림을 몰입해 그리는 그녀, 열정적이다 못해 성실한 작가의 활력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내가 더 신이 날 만큼 내 어깨가 절로 들썩 거렸고 그럴수록 나는 민화의 그림 세계를 더욱 알고 싶어 했다.
가끔 함께 작가와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서 '문자도'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면 내 귀가 마치 들꽃 노루귀처럼 쫑긋거렸다.
이렇게 작업실에서 그림 이야기를 함께 나눌 때면 작가와 나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어느 새 작가의 화폭 속에 그대로 퐁당 빠져 들어,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마냥 이리저리 헤엄치며 놀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작가가 던진, 낚시 바늘(떡밥)에 그만 내개 숭어나 잉어가 되어 낚여 지는데....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게으름을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이렇게 가끔... 작가와 그림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면 내가 정말 숨을 쉬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림 그리는 과정 과정을 보는 이런 즐거움도 나에게 만만찮은, 에너지를 제공해 주고 있어 역시 이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
작품, 한글민화 '청포도'....
온화한 황토 빛깔의 배경 아래 그려지는, 많은 작품들 중, 이 작품이 나의 마음에 든다.
엊그제 우리 아들 녀석과 함께 방바닥에 드러누워 이 그림을 내내 감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청포도' 그림을 펼치자마자 나는 자동으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하면서 주절주절 거리는데 아들 녀석은 문자도에서 숨은 그림 찾듯 찾아내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오로지 글 읽기에만 빠져 있던 내가 발견하지 못한, 제일 위에 매달린 청포도 한송이도 아들 녀석이 '야, 청포도다!'라고 외치기에 그때서야 매달려 있는 줄 알았다.
이때 좁디 좁은 나의 시야를 깨는 순간이자 그림을 보는, 또 다른 안목를 넓히는, 그런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참 후.... 다시 이 그림을 보는데 그림과 문자가 함께 선명히 들어왔다.
그림 감상은 보고 또 보다보면 자연이 즐거움이 눈처럼 쌓이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이 그림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나의 마음속에 열리며... 나에게 시큼한 청포도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들려주고 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어느 새 그 향기... 칠월이 코앞이다.
2008. 오재순 작품감상
[출처] 신현경 개인전 2008 -작품감상 (우리그림 도화원) | 작성자 smy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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