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37

좋은 것들의 만남

좋은 것들의 만남 신현경 작가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한글과 민화〕라는 주제의 작품은 조용한 성품 속에 숨어있는 불같은 저력을 드러내는 작가의 열정이 드러나 있다. 한글은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또한 한글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그 맥락을 같이 했다고 믿는다. 세종대황께서 백성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창제하셨다. 하지만 한글은 사대부와 기득권 세력에게 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대한제국 시절 첫 국가공식문자가 되었다. 그 후로부터 우리나라는 긴 미몽에서 깨어나 세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높은 교육열과 정보통신산업 즉, 인터넷과 휴대폰 따위의 산업이 한글의 편리성과 우수성에 힘입어 더욱 발전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문자는 정보를 담고 있다. 그 정보는 결국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

스물 여덟자를 만드노니

나는 개성 ‘김’ 가다. 아버지로부터 족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나의 뿌리를 알아보기 위하여 개성 ‘김’ 가의 조상이 누가 있을까 찾아본 적도 없다. 한 마디로 관심이 없다. 모르긴 몰라도 별 볼일 없는 집안이었을 것 이다. 신분사회에 태어났었다면 잘 하면 장사하는 중인 정도였을까? 상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소위 양반과 상놈사이에 여러 가지 차별이 있겠지만, 그 중 억울한 것은 글을 갖지 못한 것일 거라 생각한다. 나의 길지 않은 생을 잠시 되돌아보면 참 밋밋하고 순탄했다. 그나마 소설이나 시를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삶을 접했고, 인생의 입체적인 모습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장자가 그랬던가? 우물 안에 개구리와 더불어 바다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고, 아직도 우물 안 ..

살아움직이는 문자와 그림

살아움직이는 문자와 그림 민화는 불로장생, 자손번창, 부귀영화 따위를 원하는 간절한 소망을 그림 속에 투영시킨 실용성과 상징성, 대중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박한 삶 속에서도 천생으로 타고난 낙천적인 기질과 여유 있는 해학과 웃음을 보여주는 우리 선인들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꽃글씨’ 라고도 불린 문자도는 글자를 그림처럼 도안하여 그린 민화이다. 수호의 성격을 띠는 문자가 있고 부귀, 수복강령, 남자아이 낳기를 바라는 ‘길상문자도’ 가 있다. ‘수복문자도’는 길상문자도의 가장 흔한 종류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이들 문자도 중에서 가장 유행했던 것은 ‘효제문자도’ 이다. 효제문자도는 ‘효,제,충,신,예,의,염,치’ 여덟 글자를 각각의 상징물과 함께 그린 그림이다. 효제 ..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 한글 문자도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 한글 문자도 중국 유학시절 어느 관광지에서 상징물을 이용해 한자이름을 써주던 아저씨의 솜씨에 감탄해 빠듯한 형편에 거금을 투자했다. 그리고 서울의 어느 길거리에서 똑같은 방식의 그림을 발견하고 나의 어리석음을 얼마나 탓했는지 모른다. 그후 그와 유사한 그림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신현경 작가는 한글 문자도를 그린다. 한글은 이미 과학성, 합리성, 독창성은 물론 실용성과 미학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의 문자이다. 그런 한글로 문자도를 그렸으니 반가운 일이다. 우선 전통 민화의 문자도가 한자의 의미와 관계되는 상징물을 자획에 그려 넣어 마치 하나의 몸처럼 표현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면 신 작가는 한글을 이용한 문자도로 전통 문자도를 현대적 감각에 맞춘 새로운 시도일..